2023년 11월 26일에 작성한 이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큰 나무가 있습니다. 1970년대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써있습니다. 이 나무는 좀 특별한 점이 있는데, 나무 한 그루가 아니고 네 그루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하나의 수종이 아니고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두 개의 수종이 함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수종이 수백 년을 버티고 서 있는 풍경은 흔치 않을 거라 짐작됩니다.
수령은 현재(2023년) 기준으로는 은행나무는 484년, 느티나무는 529년이라고 합니다.
🌳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
저는 나무를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나무의 종류에 대해서 많이 아는 건 아닙니다. 남들 다 아는 만큼만 압니다.
나무 중에서도 오래된 은행나무나 느티나무처럼 큰 나무들을 좋아합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우연히 마을 입구의 큰 나무를 만나면 꼭 거기에 좀 머물다 갑니다.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끔 그림을 그리면 나무를 그리곤 했습니다.
🎨 심리치료센터에서의 기억
예전에 다니던 심리치료센터에서 저에게 나무를 그려보라고 했었습니다. 그때 저렇게 큰 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때 나눈 대화가 잘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나무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했던가요. 그 이후로 왜 저렇게 큰 나무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라고 생각해보곤 합니다.
💭 선배님의 따뜻한 지지
얼마 전에 가깝게 지내시는 선배 한 분이 미국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영영 떠나는 것은 아니고 자주 한국을 오가기 때문에 덤덤하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그분이 미국에 가게 될 날이 가까워 오자 그제야 마음에 아쉬운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곁에서 멀어지게 되어서야 선배가 항상 묵묵히 뒤에서 저를 지지해주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자신을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팀장을 할 때도 팀장의 자격이 있는지 항상 의심했습니다. 그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안과 부정적인 마음을 붙들고 한없이 하강하곤 했습니다. 이 어두운 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
그분은 산책을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저하고도 산책을 종종 했습니다.
내 마음속 붙잡아둔 어둠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럴 때마다 저의 부족이 아니라 충분함을 더듬어서 말해주었습니다. 그분의 말들이 내려와서 마음을 든든히 잡아주었습니다. 밑이 아니라 위를 보게 했습니다.
🌱 성장하게 만드는 불안
여전히 저는 자신을 의심합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불안이 저를 더 이상 휘어잡지 못합니다. 이제는 이 적당한 불안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어렴풋이 압니다.
그분과 좀 멀어지게 되었지만, 저에게 했던 말들과 웃음은 저에게 남아있습니다. 그것들을 잊고 있다가 이제야 생각이 나는 것입니다.
왜 그때 함께 걸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저는 참 못난 인간입니다. 그걸 미리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저 큰 나무가 내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