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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가에서 메모한 2026년 7월의 문장들입니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텍스트로 변환하고 메모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한겨레.txt - 데니스 존슨
벌거벗은 채로 쓰라.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을 쓰란 뜻이다. 피로 쓰라. 잉크가 너무 귀해서 낭비할 수 없는 것처럼, 망명 상태로 쓰라,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처럼, 그리고 모든 세부 사항을 되짚으라.
메모: 한겨레 txt의 문학섹션에서 재인용
📖 Zami: A New Spelling of My Name - Audre Lorde
비, 린, 글로리아가 와인과 리퍼를 가지고 와 있어서 나는 뮤리얼에게 키안티 와인을 따라주면서 친구들을 소개했다. 비와 린은 가운데 방에서 하반신을 밀착시키고 춤을 췄다. 뮤리얼, 글로리아, 그리고 나는 친구들이 종이상자에 포장해 가져온 매콤한 중국 요리를 먹었다. 자정이 다가오자 우리는 쇳소리를 내는 휴대용 전축을 끄고 라디오를 켰다. 시시하다고 불평해대면서도 1955년 새해를 맞이하려 타임스 스퀘어에 모인 인파들의 흥분이 점차 고조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뮤리얼은 당시 암암리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스탬퍼드의 책방에서 사왔다며 내게 선물했다. 그다음엔 모두 서로에게 입 맞춘 뒤 와인을 더 마셨다.
메모: 오두리 로드가 흑인이자 여성이며 레즈비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적어놓은 이 책에서 다른 얘기도 아니고 연말의 가난한 자취방에서의 작은 파티 이야기가 하필 내 머리속에 멤도는 이유가 무얼까. 페이지: p.332
📖 클래식 클라우드 022 - 헤세 - 정여울
위대한 작가들의 공부와 글쓰기 비법을 살펴보면, 그들의 솜씨가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장을 요리조리 버무려서 듣기에 좋은 달콤한 말로 빚어내는 얕은 솜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방법, 자신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려는 매일매일의 습관이 위대한 작가를 만들어낸다.
페이지: p.16
나이 마흔에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헤세는 그 일을 해냈다. 미술을 공식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스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몬타뇰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스승 삼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정원을 가꾸는 삶을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길과 나의 길을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헤세의 눈부신 재능이었다.
메모: 다른 사람의 길과 나의 길을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것! 페이지: p.43
사람들은 내게 '여행 작가’가 되면 무척 자유롭고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방학을 이용해서 여행을 자주 가고, 그 경험으로 책을 쓰니까 ‘그것만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본업이 여행 작가는 아니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쓰는 것’은 그렇게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여행 다니면서도 매일 글을 쓰는 나를 바라보는 동행은 나보다 더 고통스러워한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면 피곤하지 않냐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글을 쓰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글쟁이도 결코 편한 팔자가 아니구나’ 하고 혀를 찬다. 단 하나의 경험도 무심코 지나치는 일 없이, 끝없이 메모하며 글쓰기의 재료로 삼는 것이 나 또한 피로하게 느껴진다. 이것 역시 집착이 아닐까 고민해보지만, 어느새 무언가를 열심히 필기하고 휴대전화 메모장에 즉석 초고를 쓰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상한 죄책감이 느껴진다. 글을 써야만, 힘겨운 노동을 해야만 내 방황이 조금이나마 용서될 것만 같다. 치유 불가능한 마조히즘이다. 방랑의 자유는 가끔 눈부시지만 그 대가는 지속적으로 혹독하다.
페이지: p.69
참된 개성을 지닌다는 것은 '모난 돌이 정 맞는 상황’을 무수히 견뎌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마침내 승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참된 개성을 지닌 이들은, 군중의 비호는 받지 못하지만 자기 스스로 일구어가는 느리지만 눈부신 상상력의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다. 조직과 조직이 충돌할 때, 이익집단과 이익집단이 부딪칠 때, 남는 것은 서로를 향한 온갖 비방과 음해, 돌이킬 수 없는 증오와 원한뿐인 경우가 많다. 대화와 타협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실 그 모든 대화나 타협조차도 한쪽의 은근한 협박이나 한쪽의 어쩔 수 없는 패배로 귀결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혼자 있을 때 우리는 외롭고 힘들지만,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페이지: p.89
📖 클린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구조와 설계의 원칙 - 로버트 C. 마틴
구체적이며 변동성이 크다면 절대로 그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 사실 이 실천법은 DIP 원칙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쓴 것이다.
메모: 11장 DIP: 의존성 역전 원칙 페이지: p.94
📖 치현초 1학년 가정통신문 - 담임선생님
책가방 무게는 1학년 우리 아이들이 견뎌야 할 인생의 무게입니다.
메모: 잊지 말아야지. 아이가 견뎌야할 짐을 스스로 질수 있게 도와야한다.
📖 나우 매거진(Nau Magazine)(Vol. 2): 타이베이(Taipei) - 편집부
Q. 인터넷은 정보가 넘쳐나고 여러 사람과 쉽고 빠르게 교류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과 달리, 한편에서는 인터넷 중독이나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이 올바른 인격 형성을 저해하는 주범이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청소년 시기에 인터넷 노출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A. 개발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던 2012년 국민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인터넷 중독이 하나의 질병인지, 학부모가 걱정해야 할 문제인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토론했다. 당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생쥐공원’이라는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아마 이 실험에서는 생쥐들을 밀폐된 공간에 가둬놓고 헤로인이나 기타 마약을 주입하면 암에 걸리거나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생쥐를 오픈된 소통 공간이나 현실적인 곳에 두면 원래 나쁜 습관이 있던 생쥐들도 좋은 쪽으로 변하게 된다. 이는 어떤 중독적 행위는 질병이 아닌 단순히 하나의 증상이라는 걸 의미한다. 즉 아이의 성장 환경과 마찬가지로, 어떤 아이가 온라인 소통 외에 다른 방식의 소통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현실생활에서 온라인처럼 강한 집중력을 얻을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 혹은 정서상호응 같은 걸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린이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일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아이에게 온라인과 똑같은 신뢰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메모: 타이페이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다루며 "천재 해커 출신의 트랜스젠더 장관, 오드리 탕"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섹션 중 일부.
📖 동생 - 찬와이
내 사랑은 상처투성이야. 어떤 사랑이든 흠이 없는 사랑은 없고. 영화나 연극, 소설(심지어 유행가까지) 속 남녀는 우리보다 훨씬 강렬하고 철저해. 절대적이고 완벽하게 사랑하거나 증오하지. 희생 제물이기 때문이야. 사실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제사거든.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자라. 진짜 입맞춤과 사랑의 독특한 두근거림을 맛보기 전에 너무 많이 본 나머지 우리는 이야기 속의 강렬한 주고받음이 바로 우리 사랑의 마땅한 형상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메모: 이어서 131p에서 동생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네가 보는 것들을 네가 나중에 겪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간접 경험에 중독되지 마. 그건 네 진짜 경험을 대체할 수 없어. 지루하고 실망스럽게 보여도 나무나 야수처럼 사실은 유기적이고 예측 불가하며 아주 위험하기도 해. 진실이란 비할 데 없이 소중하지만 반복되거나 복제될 수 없어. 진실은 자유, 이상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거야.” 페이지: p.128
💭 후기
이번 달은 총 10개의 문장을 7권의 책/출처에서 메모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여울의 『클래식 클라우드 022 - 헤세』에서 가장 많은 문장(4개)을 담았습니다.
7월의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니 '쓰는 일’과 '나만의 길’이라는 두 갈래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데니스 존슨의 "벌거벗은 채로 쓰라"는 말은 서늘할 만큼 정직하고, 정여울이 그린 헤세는 “다른 사람의 길과 나의 길을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여행 작가의 삶을 "치유 불가능한 마조히즘"이라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데도 쓰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는 그 마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또 하나의 결은 '간접 경험’과 '진짜 경험’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동생』의 화자는 이야기 속의 강렬함을 사랑의 마땅한 형상이라 착각하지 말라고, 간접 경험에 중독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나우 매거진에서 만난 오드리 탕의 인터뷰 역시 결이 닿아 있었습니다. 아이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이기보다 현실에서 온라인만큼 강한 신뢰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 치현초 가정통신문의 "책가방 무게는 아이들이 견뎌야 할 인생의 무게"라는 문장까지 겹쳐 읽으니, 결국 진짜 삶의 무게를 스스로 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8월에도 벌거벗은 채로, 그러나 묵묵히 나의 길을 걷는 마음으로 자주 읽고 자주 쓰는 날들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