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의 문장 수집

5 min readJeongwoo Ahn

문장수집가에서 메모한 2026년 3월의 문장들입니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텍스트로 변환하고 메모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한겨레txt - 정혜윤

제임스 우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세부사항들의’ 총합이라는 것이다. 짧은 입맞춤 순간에 흘러오던 장미향 같은 세부사항이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우리 인생 이야기다. 우드는 작가들의 진지한 관찰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한다. “작가들은 우리를 죽음에서 구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말하는 죽음이란 세부사항들이 우리에게서 점차 멀어짐에 따라 서서히 희미해지는 현실이다. 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 이제는 거의 잊어버린 맛과 향기와 촉감의 강렬함, 그리고 우리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세상이 맞게 되는 느린 죽음이다.”

메모: 책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에 대한 정혜윤의 리뷰 중에서 페이지: p.5


📖 삼체 0: 구상섬전 - 류츠신

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창안길(長安街)에서 나와 린윈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우리는 원래 같은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각자의 세계는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고, 오직 구상섬전만이 우리를 잠시 이어주었을 뿐이었다. 이제 그 끈도 사라졌다. 장빈, 정민, 게모프······. 그 제단 위에서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곳에 나 하나 더해진다고 해서 큰 의미는 없을 터였다. 내 마음속에서 이미 꺼져버린 희망의 불씨 위로 다시 찬물이 끼얹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곳에는 얼음물에 젖은 재만 남아 있었다.

안녕, 아름다운 소령.

“포기하지 말아요.” 린윈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린윈, 나는 한낱 평범한 인간일 뿐이에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포기하지 말아요.”

“안녕.” 그녀에게 손을 내밀자 가로등 불빛이 비친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반짝였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을 놓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페이지: p.155


인간의 죽음은 강한 관측자에서 약한 관측자로, 그리고 마침내 비관측자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내가 약한 관측자가 되면 장미의 확률 구름이 파괴 상태로 붕괴되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고, 그때 나는 그 장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끝에 다다를 때, 마지막으로 눈을 뜰 때, 모든 지성과 기억이 과거의 심연 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과 꿈 속으로 돌아갈 때. 그때가 바로 양자 장미가 내게 미소 짓는 순간일 것이다.

페이지: p.456


📖 웹 문서 - Kilian Valkhof

여기서 저는 또 다른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동하게 만들고, 올바르게 만들고, 빠르게 만들라"라는 원칙입니다. 이는 익스트림 프로그래밍의 창시자인 켄트 벡(Kent Beck)의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딩하는 동안 언제든지 코드를 보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작동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면, 코드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작동하게 만들세요. 작동한다면, 좋습니다!

메모: 웹 문서 - [번역] 독학 프런트엔드 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원칙 출처: https://bit.ly/4loiCIn


📖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세상은 사람들에게 시나 소설 역사를 쓰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메모: 한겨레 지금, 이 문장 칼럼에서…


📖 한겨레21 1606호 - 김영희

이제 '비밀’이나 ‘비결’ 같은 맹숭맹숭한 말로는 무심히 스크롤을 내리는 엄지손가락을 멈출 수 없다. '진실’이나 '고백’도 덧없다. 섬네일에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는 ‘충격’ ‘경악’ ‘발칵’, 무얼라 한데 묶을 수 없는, 고약한 말들의 연속.

인간은 본능적으로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크고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 부른다. 무언가를 위험으로 간주할 때 인간의 생존 본능은 한껏 민감해진다는 것. 당신의 엄지가 ‘안 좋은 이유’ 앞에서 멈추는 것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하지만 당신의 엄지는 생각보다 강하다. 엄지손가락은 지구상의 모든 동물 중 오직 인간만이 가진 권력. 영장류 중에서도 인간의 엄지는 다른 네 손가락과 마주칠 수 있는 ‘맞섬’ 능력이 압도적이라 물건을 쥐고 조작하는 데 유리하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 되는 데 엄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장 엄지손가락을 쓰지 않고 한 시간만 있어본다면, 왜 엄지가 손 전체 기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페이지: p.80


💭 후기

이번 달은 총 6개의 문장5개의 출처에서 메모했습니다.

3, 4월은 SF소설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3월의 『삼체 0:구상섬전』을 시작으로 지금(4월)도 계속해서 SF 소설책을 들고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은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 사이에 잠시 내려놓고 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SF작가 그렉 이건의 『잠과 영혼』을 봤었죠. 그리고 곧 출간될 김초엽의 소설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겨레21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제 인생의 첫 잡지 구독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시사 잡지를 하다니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신문을 더 보고 싶었습니다. 정확하게는 한겨레 신문의 토요일판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배달되는 엄청난 양의 텍스트와 종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죠. 매주 1회 정도 발간되는 잡지는 적당하다 생각했습니다. 20대때 종종 가판대에서 구매해서 보고 신선하고 유익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런 느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잡지가 문제라기보다는 제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잘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을 연습하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켄트 벡의 "작동하게 만들고, 올바르게 만들고, 빠르게 만들라"는 문장은 코드리뷰를 해주는 클로드 코드 스킬을 만드는 과정에서 찾았던 자료 중에 하나였습니다. 개발자가 아니라면 무슨 말인가 싶을 겁니다. 아무튼 요즘 저는 스킬 만드는 재미가 들려서 이것저것 만들어서 쓰고 있습니다. 클로드 코드라는 것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이런 느낌입니다. 제가 갑자기 숙련된 목수가 되어서 나무로 이것저것 만드는 능력이 생겨서 의자도 여러가지 만들고 귀여운 소품도 만드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거죠. 이해가 되실런지요. 지금 이 블로그 글도 스킬로 문장수집가에서 읽어오도록 해서 글의 틀이 생성되면, 제가 이렇게 코멘트만 추가하면 글이 완성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