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집가에서 메모한 2026년 4월의 문장들입니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텍스트로 변환하고 메모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두 번째 산 - 데이비드 부룩스
계곡에 떨어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고통의 시기는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드러내며,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이 사실은 진정한 자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도 알지 못 했던 내면이 노출되고 만다. 자기가 겉으로 내걸고 다니던 여러 모양들이 실제 자신이 아님을 비로소 알아차린다. 또 다른 층이 엄연한 자기로 존재함을, 지금까지 무시해 왔던 어떤 모습, 어둠이 뒤를 틀고 있으며 가장 강력한 열망들이 살아 숨 쉬는 어떤 기질이 실제 자기가 자기 모습으로 존재함을 그제야 깨닫는 것이다.
페이지: p.16
이제 나는 인격 형성이 거의 대부분 개인적 과업이라고 또는 개인 차원에서 성취되는 것이라고 더는 믿지 않는다. 인격 형성이 헬스장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근육을 키우듯이 정직성, 용기, 성실성, 끈기 등의 덕목을 키울 수 있다고 더는 믿지 않는다. 지금은 좋은 인격이란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과정의 부산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나 대의에 순종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사랑의 애착 관계를 두텁게 쌓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살피는 일상적인 행동들 속에서 스스로를 잊어버리듯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상적인 행동들 속에서 나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페이지: p.28
의지할 것이라고는 오로지 자기 신분과 직책밖에 없을 때,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온갖 생각들에 시달린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화려한 커리어와 사적인 기쁨을 누리는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상상한다.
페이지: p.95
시인 존 키츠John Keats는 우리가 많은 방이 있는 거대한 저택에 살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산에 있을 때 우리는 키츠가 "무심한 방 thoughtless chamber"이라고 불렀던 곳에서 살았다. 이곳은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던 공간이다. 우리는 자기 주변에 있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아무 생각 없이 주워서 자기 것으로 삼는다. 우리는 이 방에 계속 머물고자 한다. 이 방은 편안하다. 그리고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를 인정해 준다. 시인 W. H. 오든wystan Hugh Auden은 <안의 시대The Age of Anxiety>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변하기보다는 차라리 땅에 묻힐 것이다. 우리는 차라리 우리의 끔찍함 속에서 죽고 말 것이다. 그 순간의 십자가를 기어 올라가 우리의 환상이 죽어 가는 걸 바라보느니.”
페이지: p.113
추론하는 뇌는 사실상 우리의 의식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일 뿐임을 우리는 깨닫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욕구하는 심장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자 제임스 스미스James K. A. Smith는 이렇듯 쓴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뒤쫓고’ 어떤 것을 추구하는 사이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존적인 상어와 같다.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는 욕구가 비롯되는 어떤 부분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욕구하는 것에 따라 정의된다. 학예회를 하는 아이들을 보라. 아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최대한 우아한 몸짓으로 춤을 추며, 자기가 하는 동작을 정확하게 하려고 치열하게 집중한다. 이 아이들의 내면에는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소망에, 선생님을 기쁘게 해 주겠다는 또는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또는 그저 위대한 인물이 되겠다는 충동에 기를 불어넣는 무언가가 있다.
메모: 나의 욕구는 무엇이지 페이지: p.129
📖 프로젝트 헤일메리 - 앤디 위어
시험관을 실험대에 올려놓고 스톱워치를 준비한다. 한 손으로 실험대에서 시험관을 밀치며 다른 손으로 스톱워치를 작동시킨다. 시험관이 땅에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잰다. 대략 0.37초가 나온다. 꽤 빠른 속도다. 내 반응시간이 결과를 왜곡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펜으로 팔에 시간을 메모한다. 아직 종이를 찾을 수 없었다. … 숫자를 계산해 보고 얻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방은 중력이 너무 크다. 원래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9.8m/s²이어야 하는데, 이 방의 중력가속도는 15m/s²이다. 낙하하는 물체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 유가 그것이다. 너무 빨리 떨어지니까. 이렇게 근육이 많은데도 내가 힘이 없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원래의 무게보다 1.5배는 더 나간다. 문제는, 중력에 영향을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중력은 증가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없다. 지구의 중력가속도는 9.8m/s²이다. 끝. 그런데 나는 그 이상의 중력을 경험하고 있다. 가능한 설명은 한 가지뿐이다. 내가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니다.
페이지: p.33
📖 한겨레21 1608호 - 작자 미상
시를 써야겠다 싶으면 메모를 들여다봅니다. 반대로 어떤 메모는 며칠씩 저를 붙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메모를 한참 바라보면서 거기서 파생되는 생각을 덧붙여 적어둡니다. 그 메모를 남기던 순간으로 돌아가보기도 하고, 거기서 한참을 떠돌기도 합니다. 메모를 읽으며 떠오르는 이미지도 적습니다. 상상도 하고요. 그렇게 한참 머물며 시에서 하고 싶은 말을 가늠합니다. 물론 계획대로 써지진 않지만요. 그래도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마세요. 급하게 먹으면 체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 생각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야, 너 잘 간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데까지 가는구나. 그런 마음으로요.
메모: 문장의 힘은 생각의 힘. 생각의 힘은? 페이지: p.73
📖 퍼펙트 데이즈 - 야쿠쇼 코지
다음은 다음에 생각하자. 지금은 지금뿐이야
메모: 곤도와 곤도 이마와 이마! 이 명대사는 가출해 자신을 찾아온 조카 니코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릴 때 등장합니다.
니코는 삼촌에게 나중에 바다를 보러 가자고 조릅니다. 그때 히라야마는 웃으며 답하죠. “다음은 다음에 생각하자. 지금은 지금뿐이야.”
이 세상은 말이야, 수많은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세상도 아주 많단다.
📖 한겨레21 1610호 - 안담
아마 나는 우리가 돈이 없어서 기본 옵션을 선택한 것만은 아니라고, 이건 신념이고 스타일일 뿐이라고, 이게 우리의 삶이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그 모두가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웠을까? 우리는 가난하고, 단순함의 친한 친구이며, 몸과 악으로 때우는 방식에 익숙하다고. 우리는 가난해서 이렇게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왜 내지 못했을까? 큰 화재가 있는지 없는지, 공기관 로고가 적힌 슬리퍼가 있는지 없는지, 음식이 넉넉한지 부족한지에 따라 부풀고 또 쪼그라드는 마음을 직접 겪고 나서, 나는 내 장례식에서는 아무도 그런 부침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거기 있는 아무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 것. 최선을 다했다는 기분에 돈을 쓰지 말 것. 상조용품 팸플릿을 한 장 이상 넘기지 말 것. 살아 있을 때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음을 결코 타인이 평가하도록 두지 말 것.
메모: 가난한 장례식을 위하여 페이지: p.64
📖 클린 아키텍처 - 로버트 C. 마틴
아, 이 주장에 당신이 반대할 수도 있겠다. 지금 우리는 자바, C#, 루비라 는 훨씬 진보한 언어를 쓰고, 객체 지향 설계라는 우월한 패러다임을 사용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1960년대나 1950년대와 마찬가지로 코드는 여전히 순차 sequence, 분기 selection, 반복 iteration의 집합체일 뿐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관행을 정말 유심히 관찰해 보면 지난 50년 동안 변한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언어는 조금 발전했다. 도구는 환상적으로 좋아졌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1966년에 살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2016년으로 데리고 와서, 그녀를 IntelliJ가 실행되는 내 맥북 앞에 앉힌 후 자바를 보여주면, 충격에서 벗어나 는 데 아마 24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고는 곧바로 코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바는 C와 그다지 다르지 않고, 심지어 포트란과도 큰 차이가 없다.
메모: 서문의 한구절.
개발자가 속는 더 잘못된 거짓말은 "지저분한 코드를 작성하면 단기간에 는 빠르게 갈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만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견해다. 이 거짓말을 받아들인 개발자는 엉망인 코드를 만드는 태세에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엉망이 된 코드를 정리하는 태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그저 진실을 오인한 것일 뿐이다. 진실은 다음과 같다. 엉망으로 만들면 깔끔하게 유지할 때보다 항상 더 느리다. 시간 척도를 어떻게 보든지 관계없이 말이다.
페이지: p.12
1 긴급하고 중요한 2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3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4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아키텍처 즉 중요한 일은 이 항목의 가장 높은 두 순위를 차지하는 반면 행 위는 첫 번째와 세 번째에 위치한다는 점을 주목하자 업무 관리자와 개발자가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세 번째에 위치한 항목을 첫 번째로 격상시켜 버리는 일이다 다시 말해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기능과 진짜로 긴급하면서 중요한 기능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러한 실패로 인해 시스템에서 중요도가 높은 아키텍처를 무시한 채 중요도가 떨어지는 기능을 선택하게 된다 업무 관리자는 보통 아키텍처의 중요성을 평가할 만한 능력을 겸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발자는 딜레마에 빠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기능의 긴급성이 아닌 아키텍처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일은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메모: 소프트웨어를 고용하는 이유
페이지: p.20
과학은 서술된 내용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각고의 노력으로도 반례를 들어 수 없는 서술이 있다면 목표에 부합할 만큼은 참이라고 본다. 물론 서술이 모두 증명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거짓말이다"와 같은 서술은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이는 증명이 불가능한 서술 중 가장 간단한 사례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수학은 증명 가능한 서술이 참임을 입증하는 원리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과학은 증명 가능한 서술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원리라고 볼 수 있다.
페이지: p.35
데이크스트라는 "테스트는 버그가 있음을 보여줄 뿐, 버그가 없음을 보여줄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이 잘못되었음을 테스트를 통해 증명할 수는 있지만, 프로그램이 맞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테스트에 충분한 노력을 들였다면 테스트가 보장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램이 목표에 부합할 만큼은 충분히 참이라고 여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전부다. 이 같은 사실이 내포하는 의미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수학적인 구조를 다루는 듯 보이더라도 소프트웨어 개발은 수학적인 시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소프트웨어는 과학과 같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오바르지 않음을 증명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올바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페이지: p.36
OO(Object Oriented)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과 수많은 답변이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의 관점에서 정답은 명백하다. 객체 지향(Object Oriented) 은 다형성을 이용하여 전체 시스템의 모든 소스 코드 의존성에 대한 절대적인 제어 권한 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객체 지향(Object Oriented) 을 사용하면 아키텍트는 플러그인 아키텍처를 구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고수준의 정책을 포함하는 모듈은 저수준의 세부사항을 포함하는 모듈에 대해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 저수준의 세부사항 은 중요도가 낮은 플러그인 모듈로 만들 수 있고, 고수준의 정책을 포함하는 모듈과는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다.
페이지: p.51
💭 후기
이번 달은 총 18개의 문장을 7개의 출처에서 메모했습니다.
데이비드 부룩스 『두 번째 산』은 제가 좋아하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를 보고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빠른 호흡으로 읽기는 힘들어서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문장들이 많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로버트 마틴의 『클린 아키텍처』 는 나중에 꼭 봐야지 하고 아껴두었던 책입니다. 바이브 코딩이 대세가 된 요즘 오히려 프로그래밍 설계에 대한 안목이 중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제 인생에 같은 책을 두번 읽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고 영화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막 잠에서 깨어난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이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고과정인데 위트가 넘치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음은 다음에 생각하자. 지금은 지금뿐이야.” -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대사입니다. 영화는 매일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을 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영화를 볼떄는 좀 심드렁했는데 보고 나서 잔잔하게 오랬동안 마음을 울립니다. 매일 똑같고 지루하고 힘들었던 출근길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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