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고 - AI시대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7 min readJeongwoo Ahn

해빗팩토리 멤버 7년 차

해빗팩토리 멤버로 합류한 지 만 7년이 넘었습니다. 한 직장에서 이렇게 오래 근무한 적은 없습니다. 돌아보면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내가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 나에게 맞는 일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여러 회사를 경험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걸 더 일찍 잘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나와 잘 맞는 회사와 문화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고 그것을 잘 알고 이끌어주실 분의 제안으로 해빗팩토리에 합류하게 됩니다. 여전히 해빗팩토리의 문화는 기존의 다른 회사들과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힘이 지금의 해빗팩토리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길었던 시간만큼 변화가 많이 있었습니다.

  • 회사의 인원은 입사할 때 10명 남짓이었는데 지금은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200명 가까이 되었습니다.
  • 처음에는 매출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 적지 않은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 작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지금은 사원들을 위한 카페도 있는 단독 사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 프론트엔드는 저 혼자였습니다. 아니 풀스택이었으니 프론트엔드 개발자 직무 자체가 없었죠. 지금은 프론트엔드만 8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고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회사라는 것은 어쩌면 어마어마한 일을 해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살아있고 움직이고 변합니다. 그래서 법인(法人)이라는 인격적인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팀장 3년 차

그 사이 저는 팀장이 되었습니다. 팀장이라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을 때 어리둥절, 종횡무진하다가 번아웃이 왔던 아찔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나니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성장하는가 봅니다. 여전히 어깨는 무겁고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떤 일도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단단함이 생겼습니다.

AI 시대 개발자

개발자로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AI라는 파도가 무릎까지 차오르고 있습니다. 수준도 높아져서 이제 코딩의 많은 비율을 AI가 작성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도구가 쏟아져 나오죠. 걱정과 놀라움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떠돕니다. 크게 2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1. 초심자를 넘어서는 능력을 훨씬 저렴하게 AI로 해내는데 더욱 취업문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
  2. AI가 다 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혹은 해고의 두려움

둘 모두 맞습니다. 당분간은 더 신중하게 채용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AI가 산업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만큼 일들은 어디선가 계속 많아질 것입니다. AI에 잘 적응한 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도 하겠죠. 자연스럽게 사람은 필요로 하게 됩니다. “어떤” 인재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거겠죠. 과거에 선호하던 인재상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웹 개발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저도 이걸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요즘 오히려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활력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내가 진정 확장되는 순간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AI 너란 녀석과 잘 지낼 수 있다면 말이죠.

변화의 파도가 밀려왔을 때 흔들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휩쓸리면 안 됩니다. 중심을 잡고 밀려오는 파도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퍼들에게는 오히려 신나는 시간입니다.

캠핑

2025년 한탄강 가을 캠핑

코로나 시기부터 캠핑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며 조금씩 경험을 늘려왔습니다. 2024년에는 차박에 용이한 차를 구입했고 2025년에는 열심히 캠핑을 다녔습니다.

지금까지는 텐트 없이 차와 타프만으로 캠핑을 즐겼는데, 좀 더 다양한 환경에서도 즐기기 위해 텐트도 최근 구입했습니다.

사람마다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저는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조용한 자연 속에서 나른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저만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이와 아내 모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행을 가도 숙소를 잡지 않고 캠핑장을 잡지요.

2026년도 얼마나 멋진 캠핑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독서

올해(2025년)만큼 독서를 많이 한 해가 없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었나 리스트업을 해봅니다.

생각보다 사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도 많았습니다. 아래 리스트에서는 읽지 않은 것은 제외했습니다.

책은 읽는 맛도 있지만 사는 맛도 만만찮게 있습니다.

특히 중고책방에서 귀한 책을 발견하는 맛은 떨치기가 쉽지 않죠. 끊기 힘든 도파민입니다.

올해 새로 생긴 취미가 있다면 이것입니다. 중고책방에서 숨은 보석 같은 책 발굴하기

그중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보석은 <구보타 히로지 사진집 - 북녘의 산하>입니다.

88년에 한겨레신문사에서 나온 이 책은 사진가 구보타 히로지가 수차례 북한을 방문해서 찍은 백두산과 금강산의 사진이 실려있는 사진집입니다.

오래된 책임에도 책의 상태가 매우 좋았습니다. 저도 가끔 꺼내볼 때 아주 조심스럽게 보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금강산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집짓기

  • Tiny Houses
  • 햇살과 바람이 머무는 작은 집 짓기
  • 나무 위에 집 짓기
  •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 캐빈 폰 - 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 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 식물생화 1,2

은퇴하기 전에 시골에 별장용 작은 집을 짓는 것이 꿈입니다.

실제 꿈과는 별개로 읽으면 힐링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도 관심이 생겨 실내 목수 수업도 2개월 정도 들었었는데요, 역시 아파트에 살면 별로 나무 가지고 뚝딱거릴 게 없으니 다 잊어버리고 살고 있습니다.

과연 제가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5년 후의 내가 궁금해집니다.

예술

  • 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 Whanki in New York : 김환기의 뉴욕일기 - 김환기 뉴욕일기를 통해 본 삶과 예술
  •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 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

그다음으로 많이 봤던 카테고리는 예술입니다.

<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는 원래 오래전에 소장했던 책이었는데, 사연이 있어 다른 분에게 가게 되었고 다시 보고 싶어서 구입했습니다.

예술 카테고리에서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은 책은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현대 미술에 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웠던 저에게 의미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습니다.

글쓰기 책은 매년 꾸준히 사게 됩니다. 왜냐하면 항상 잘 쓰고 싶지만 거의 늘지 않는 평행 관계가 끝없이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죠.

  •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음악 카테고리는 저에게는 불모지 같은 것인데 올해는 3권이나 구입해서 봤네요.

요즘은 이렇게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도 손이 가게 만든 좋은 책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 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 제법, 나를 닮은 첫 음악

문학은 제가 결혼 이후부터 관심을 많이 갖게 된 카테고리입니다.

올해는 파친코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두 번이나 봤어요. 두 번이라니 이런 일은 저에게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요.

  • 파친코1
  • 파친코2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서영동 이야기
  • 축복받은 집
  • 피터 팬
  •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 첫 여름, 완주
  •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1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그림책도 제가 꾸준히 좋아하는 카테고리입니다. 그런데 막 많이 보거나 그러지는 않고 취향도 좀 독특해서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은 잘 모릅니다.

2025년에 봤던 그림책 중에는 <심야 이동도서관>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마 책에 몰입하는 자신을 떠올리며 오묘한 슬픔과 외로움을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고독한 일입니다. 그 고독한 일이 슬프기도 하지만 행복감을 주기도 합니다.

  • 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 심야 이동도서관
  • 바닷가 탄광 마을
  • 안녕 팝콘
  • 팔레스타인
  • 바닷마을 다이어리 1~7
  • 데쓰오와 요시에
  •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기타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책 하나를 꼽자면 <동해생활>입니다. 우리 가족은 거의 매해 여름이면 고성에 한적한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냅니다.

그리고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그 뜨거운 고성 바닷가를 그리워 하면서 지내지요. <동해생활>은 2025년 여름 고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속초의 책방에서 샀던 책입니다.

저자가 과거에 동해 바닷가에서 잠시 살았던 기억을 재미있게 풀어내는데요, 이걸 읽으면 고성 여름을 덜 그리워 할 수 있게 됩니다.

  • 시대예보: 호명사회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 거인의 리더십
  • 일의 감각
  • 동해생활
  • 한 권으로 읽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
  • 어떤 어른
  •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 또 못 버린 물건들 - 은희경 산문집
  • 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 이기적 유전자

목표

2025년을 회고하면서 마음에 들어온 목표 4가지를 적어봅니다.

  • 중심을 잃지 않고 AI 파도 타기
  • 쉬지 않고 달려온 8년간의 회사 생활의 피로 누적을 해소하기.
  • (책 좀 덜 사고) 나를 감동시켰던 책 다시 읽기
  • 글쓰기